작년 여름, 가족과 함께 고성 공룡해안길을 걸었던 경험이 무척 특별했다. 평소 공룡에 관심이 많던 조카를 데리고 갔는데, 실제 공룡 발자국 화석을 직접 보며 신기해하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해안선을 따라 걷는 내내 한쪽으론 푸른 바다가, 다른 한쪽으론 기암괴석과 화석이 지루할 틈이 없었다. 다만 전체 코스가 꽤 길어서 체력 안배를 잘못했다가 마지막 구간에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이 글에서는 실제 도보 경험을 바탕으로 공룡해안길의 주요 코스와 소요시간, 편리한 셔틀 이용법, 그리고 현장에서 알아두면 유용한 실전 팁까지 자세히 정리해보려 한다.

공룡해안길 개요와 코스 구성
고성 공룡해안길은 경남 고성군의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총 길이 약 8킬로미터의 트레킹 코스다. 이 지역은 중생대 백악기 공룡 발자국 화석이 밀집된 세계적인 화석 산지로, 2018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았다. 필자가 처음 이곳을 알게 된 건 여행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는데, 바닷가를 걸으며 공룡 화석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실제로 방문해보니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라 자연과 역사, 그리고 교육이 결합된 특별한 공간이었다.
코스는 크게 세 구간으로 나뉜다. 1코스는 상족암군립공원에서 덕명리 공룡발자국까지 약 2.5킬로미터, 2코스는 덕명리에서 당항포관광지까지 약 3킬로미터, 3코스는 당항포에서 하이면 덕호리까지 약 2.5킬로미터다. 전 구간을 완주하면 약 8킬로미터인데, 천천히 걸으면 3시간에서 4시간 정도 소요된다. 필자는 가족과 함께 1코스와 2코스만 걸었는데, 조카가 어려서 전체 코스는 부담스러워 중간에 셔틀을 이용했다. 체력과 일정에 맞춰 구간을 선택할 수 있어서 융통성 있게 즐길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코스 난이도는 대체로 쉬운 편이다. 해안 데크와 흙길로 이루어져 있고 경사가 심한 구간은 거의 없어서, 어린이나 노약자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다. 다만 일부 구간은 바위를 오르내리거나 계단이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고, 밀물 때는 일부 구간이 물에 잠겨 통행이 제한될 수 있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는 썰물 시간대라 문제없었지만, 가기 전에 물때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고성군 관광안내소나 홈페이지에서 물때 정보를 제공하니 미리 체크하고 출발하는 게 안전하다.
계절별로 매력이 다르다. 봄과 가을은 날씨가 선선해서 걷기 가장 좋고, 여름에는 시원한 바닷바람이 더위를 식혀준다. 필자가 여름에 갔을 때는 더웠지만 바다 옆이라 그늘만 찾으면 견딜 만했다. 겨울은 한산하고 바람이 세서 방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지만, 겨울 바다의 쓸쓸한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 일출과 일몰 시간대도 추천하는데, 아침 일찍 출발하면 조용한 해안길을 독차지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고, 해질녘에는 바다에 비치는 노을이 장관이다.
구간별 주요 볼거리와 소요시간
1코스 상족암 구간은 가장 유명하고 볼거리가 많다. 상족암군립공원 입구에서 시작해서 덕명리까지 이어지는 이 구간은 약 2.5킬로미터로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상족암은 선바위라고도 불리는데, 기암괴석이 마치 갓을 쓴 선비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바위 곳곳에 공룡 발자국 화석이 남아 있어서 안내판을 따라가며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필자는 조카와 함께 발자국을 찾는 게임을 했는데, 아이가 직접 화석을 발견할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덕명리 공룡발자국 화석지는 필수 방문지다. 1코스와 2코스 사이에 위치한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공룡 발자국이 밀집된 곳 중 하나로, 약 5,000개가 넘는 발자국이 발견됐다. 썰물 때 바위에 드러난 발자국들을 직접 볼 수 있는데, 그 규모와 선명도에 압도당한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는 해설사가 설명을 해줘서 더 흥미로웠는데, 어떤 공룡의 발자국인지, 어떻게 형성됐는지 듣고 나니 훨씬 더 의미 있게 느껴졌다. 안내판과 QR코드로도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혼자 와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2코스는 덕명리에서 당항포까지 이어지는 약 3킬로미터 구간이다. 이 구간은 해안 절벽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풍경이 일품이고, 중간에 작은 해변과 포구를 지나며 어촌 마을의 정겨운 모습도 볼 수 있다. 소요시간은 약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인데, 필자는 중간에 작은 해변에서 쉬며 간식을 먹었더니 2시간 정도 걸렸다. 이 구간은 1코스보다 한적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서, 여유롭게 걷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다만 그늘이 적어서 여름에는 모자와 선크림이 필수다.
3코스는 당항포에서 덕호리까지 약 2.5킬로미터 구간이다. 필자는 이 구간을 걷지 못했지만, 함께 갔던 지인이 나중에 완주했을 때 이야기를 들어보니 가장 조용하고 원시적인 느낌이 강한 구간이라고 했다. 당항포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왜선을 격파한 역사적 장소로, 당항포관광지에 기념탑과 전시관이 있어서 역사 공부도 할 수 있다. 전체 코스를 완주하고 싶다면 이 구간까지 걷되, 시간과 체력을 고려해서 무리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셔틀버스 운행시간과 이용 방법
공룡해안길 셔틀버스는 주요 거점을 순환 운행한다. 상족암군립공원, 덕명리 공룡발자국, 당항포관광지를 연결하는 셔틀이 운영되는데, 요일과 계절에 따라 운행 시간이 다를 수 있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는 주말이라 셔틀이 비교적 자주 운행됐는데, 평일에는 배차 간격이 길어질 수 있으니 사전에 고성군 관광안내소에 문의하는 게 확실하다. 셔틀 운행 정보는 고성군청 홈페이지나 관광안내소 전화로 확인할 수 있고, 현장 안내판에도 시간표가 게시돼 있다.
운행 시간은 보통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성수기인 봄과 가을에는 3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되고, 비수기에는 2시간 간격으로 운행되는 경우도 있다. 필자는 덕명리에서 셔틀을 타고 상족암 주차장으로 돌아왔는데, 대기 시간이 약 20분 정도였다. 셔틀 시간을 미리 확인하고 도보 일정을 맞추면 효율적으로 코스를 완주할 수 있다. 막차 시간을 놓치면 택시를 불러야 하는데 비용이 부담될 수 있으니, 여유 있게 시간을 계획하는 게 좋다.
셔틀 이용 요금은 무료이거나 소액이다. 필자가 이용했을 때는 무료로 운행됐는데, 일부 기간이나 행사 때는 유료일 수도 있으니 탑승 시 확인하면 된다. 셔틀은 소형 버스나 승합차 형태로 운영되고, 좌석이 제한적이라 성수기에는 만석일 수 있다. 필자가 탔을 때는 자리가 없어서 서서 가는 사람도 있었는데, 짧은 거리라 큰 불편은 없었다. 유모차나 휠체어는 접어서 탑승할 수 있고, 운전기사가 친절하게 도와준다.
셔틀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 택시나 자가용을 활용할 수 있다. 출발점에 차를 주차해두고 종점에서 택시를 타고 돌아오는 방법도 있는데, 고성군 일대 택시가 많지 않아서 호출하면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필자는 가족끼리 차 두 대로 와서 한 대는 출발점에, 다른 한 대는 종점에 주차해두고 걷는 방법을 썼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인원이 많으면 이 방법도 효율적이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도 가끔 봤는데, 코스가 해안길이라 자전거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방문 시 준비물과 주의사항
편한 신발과 복장이 가장 중요하다. 해안길은 바위와 흙길, 데크가 섞여 있어서 운동화나 트레킹화를 신는 게 필수다. 필자는 운동화를 신었는데도 바위 구간에서 미끄러질 뻔한 적이 있어서, 밑창이 두껍고 접지력이 좋은 신발을 추천한다. 여름에는 시원한 복장이 좋지만 햇빛 차단을 위해 긴팔이나 모자를 준비하고, 겨울에는 방풍 점퍼와 장갑이 필요하다. 바닷가라 바람이 세니 계절 불문하고 바람막이 겉옷을 챙기는 게 좋다.
물과 간식은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코스 중간에 매점이나 편의점이 거의 없어서 현장에서 구매하기 어렵다. 필자는 생수 두 병과 에너지바, 과일을 챙겨갔는데 중간중간 쉬면서 먹으니 체력 유지에 큰 도움이 됐다. 특히 여름에는 탈수 예방을 위해 물을 넉넉히 가져가야 하고, 스포츠 음료나 이온 음료도 좋다. 쓰레기는 되가져가야 하니 비닐봉투를 챙기고, 환경 보호를 위해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는 습관을 들이자.
물때를 확인하고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밀물 때는 일부 구간이 물에 잠겨 통행이 불가능하거나 위험할 수 있다. 필자는 썰물 시간대에 맞춰 출발했는데, 덕분에 발자국 화석도 선명하게 보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었다. 물때 정보는 바다낚시 앱이나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고, 관광안내소에 전화하면 친절하게 알려준다. 바위가 젖어 있으면 미끄러우니 조심해서 걷고, 파도가 높은 날은 해안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안전하다.
카메라와 쌍안경을 챙기면 더 풍성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공룡 발자국 화석과 기암괴석, 바다 풍경을 담기 위해 카메라는 필수인데,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하지만 줌 기능이 있는 카메라를 가져가면 더 디테일한 사진을 건질 수 있다. 필자는 스마트폰으로만 찍었는데, 나중에 화석 세부를 확대해보니 선명도가 아쉬웠다. 쌍안경은 먼 바다의 배나 철새를 관찰할 때 유용한데, 자연 관찰을 좋아한다면 챙겨가면 좋다. 다만 무게가 부담될 수 있으니 꼭 필요한 것만 챙기는 게 좋다.
고성 공룡해안길은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특별한 트레킹 코스다. 셔틀을 적절히 활용하고 체력에 맞게 구간을 선택하면 누구나 즐길 수 있고, 특히 아이들과 함께라면 교육적 가치도 높다. 주말 나들이나 가족 여행지를 고민하고 있다면 고성 공룡해안길을 꼭 후보에 넣어보길 바란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1억 년 전 공룡의 흔적을 따라 걷는 경험은 일상에서 느낄 수 없는 감동과 경이로움을 선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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