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조용한 곳에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전통 한옥 마을을 검색하다가 영양 주실마을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름도 생소하고 어디에 있는지조차 잘 몰랐는데, 사진 한 장을 보고 마음을 빼앗겼다. 기와지붕이 정갈하게 늘어선 한옥들과 고즈넉한 마을 풍경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주었다. 막상 가려고 하니 대중교통 정보도 부족하고, 숙박 예약 방법도 명확하지 않아 꽤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주실마을은 경상북도 영양군에 위치한 전통 반촌 마을이다.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고택들이 잘 보존되어 있고, 실제로 주민들이 거주하면서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살아있는 마을이다. 관광지화된 다른 한옥마을과 달리 진짜 시골 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지금부터 실제 방문 경험을 바탕으로 주실마을 가는 방법부터 숙박 예약, 마을 체험까지 모든 정보를 상세히 공유하려고 한다.
자가용과 대중교통으로 주실마을 찾아가는 방법
주실마을은 경상북도 영양군 석보면에 위치해 있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약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다. 자가용으로 가는 것이 가장 편리한데, 내비게이션에 '영양 주실마을' 또는 '영양 두들마을'로 검색하면 된다. 주실마을과 두들마을은 바로 옆에 붙어있어서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영천에서 빠져나와 국도를 이용하는 경로가 일반적이다.
처음 방문했을 때 내비게이션을 따라갔는데 마지막 10킬로미터 구간이 좁은 시골길이어서 조금 당황했다. 2차선 국도에서 1차선 지방도로 들어서면서 주변이 온통 산과 논밭으로 바뀌었다. "이 길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한적했지만, 그 길을 따라가면 어느새 기와지붕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도로 표지판에 '주실마을'이라고 명확하게 표시되어 있으니 놓칠 염려는 없다. 마을 입구에 작은 주차장이 있는데, 10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다.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주차 공간이 부족할 수 있으니 일찍 도착하는 것이 좋다.
대중교통으로 가는 방법도 있지만 솔직히 쉽지는 않다.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먼저 동서울터미널에서 영양행 버스를 타야 한다. 하루 4-5회 정도 운행하는데, 약 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영양버스터미널에 도착한 후에는 택시를 이용하거나 마을버스를 타야 하는데, 마을버스는 배차 간격이 길어서 현실적으로 택시가 유일한 선택지다. 영양터미널에서 주실마을까지는 택시로 약 20분 거리이고, 요금은 2만 원 내외다.
실제로 대중교통으로 갔던 지인의 경험을 들어보니 상당히 불편했다고 한다. 버스 시간을 맞추기도 어렵고, 마을에서 나올 때도 택시를 미리 예약해두어야 했다. 그래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계획이라면 영양에서 1박을 하거나, 아예 숙소에서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미리 문의하는 것이 좋다. 일부 고택 숙소에서는 영양터미널까지 픽업해주는 경우도 있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다. 영양이나 인근 안동에서 렌터카를 빌려서 이동하면 주변 관광지도 함께 둘러볼 수 있어 효율적이다.
주실마을 한옥 숙박 예약 절차와 추천 고택
주실마을의 가장 큰 매력은 실제 전통 한옥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다. 마을에는 여러 채의 고택이 숙박 시설로 운영되고 있는데, 각 고택마다 특색이 다르다. 예약은 주로 온라인으로 하는데, 한국관광공사의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나 '한옥스테이' 사이트를 이용하면 된다. 네이버나 에어비앤비에서도 검색되지만, 공식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 가격이나 정보 면에서 더 정확하다.
가장 유명한 곳은 '석계고택'이다. 조선 중기에 지어진 건물로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보존 상태가 좋다. 안채와 사랑채로 구성되어 있고, 마당이 넓어서 여유롭게 쉴 수 있다. 방은 4-5개 정도 있는데, 한 팀만 받는 것이 아니라 여러 팀이 함께 묵는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공용이지만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어서 불편함은 없었다. 가격은 비수기 기준 1박에 10만 원 내외인데,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15만 원 정도까지 올라간다.
처음 묵었던 곳은 '두들마을 감사댁'이었다. 주실마을 바로 옆 두들마을에 있는 고택인데, 규모는 작지만 아늑한 분위기가 매력적이었다. 1박에 8만 원 정도로 석계고택보다 저렴하고, 집주인 할머니가 직접 관리하셔서 인심도 후했다. 아침에는 직접 담근 김치와 된장찌개를 내어주셨는데, 그 맛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화장실이 재래식이라는 단점이 있지만, 그것마저도 옛날 추억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숙소다.
예약할 때 주의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성수기에는 최소 한 달 전에 예약해야 한다. 특히 단풍철인 10월-11월과 봄철 4-5월에는 예약이 금방 마감된다. 둘째, 취사가 가능한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일부 고택은 취사 도구를 제공하지만, 어떤 곳은 불을 사용할 수 없다. 셋째, 난방 방식을 확인해야 한다. 전통 온돌 난방인 곳도 있고, 전기장판을 사용하는 곳도 있다. 한겨울에는 온돌 난방이 있는 곳이 훨씬 따뜻하다. 넷째, 침구류와 수건이 제공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대부분 제공되지만, 간혹 가져와야 하는 곳도 있다.
주실마을에서 체험할 수 있는 전통 문화 프로그램
주실마을은 단순히 숙박만 하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전통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체험 프로그램이 몇 가지 있는데, 사전 예약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전통 한과 만들기'다. 마을 할머니들이 직접 가르쳐주시는데, 유과, 약과, 강정 같은 전통 한과를 만들어볼 수 있다. 2시간 정도 소요되고, 비용은 1인당 2만 원 정도다. 만든 한과는 포장해서 가져갈 수 있다.
실제로 참여했던 한과 만들기 체험은 정말 재미있었다. 찹쌀가루를 반죽하고, 기름에 튀기는 과정을 직접 해보면서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의 추억이 떠올랐다. 할머니들의 손길이 얼마나 빠른지, 우리가 하나 만드는 동안 할머니는 열 개를 뚝딱 만드셨다. 갓 튀긴 유과에 꿀을 바르고 튀밥을 묻히니 고소하고 달콤한 향이 가득했다. 그날 저녁 숙소에서 차와 함께 먹었던 그 한과 맛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또 다른 체험으로는 '전통 탈 만들기'가 있다. 영양은 선유줄불놀이로 유명한 지역인데, 이때 사용하는 탈을 직접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이다. 한지를 여러 겹 붙여서 탈의 기본 형태를 만들고, 색을 칠하고 장식하는 과정이 꽤 섬세하다. 아이들과 함께 참여하기 좋은 프로그램인데, 완성된 탈은 집에 가져가서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비용은 1인당 1만 5천 원 정도다.
마을을 천천히 걸으며 둘러보는 것도 좋은 체험이다. 마을 곳곳에 수백 년 된 고목들이 있고,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느낌이 든다. 특히 아침 일찍 산책을 하면 마을에서 피어오르는 아궁이 연기와 닭 우는 소리가 정말 평화롭다.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도 많은데, 석계고택 앞 연못과 마을 뒷산에서 내려다본 전경이 특히 아름답다. 가을에는 주변 산이 단풍으로 물들어 더욱 장관이다.
주실마을 주변 가볼 만한 여행지와 맛집 정보
주실마을에서 가까운 곳에 볼거리가 꽤 많다. 가장 먼저 추천하는 곳은 '영양 산해정'이다.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정자인데, 영양읍을 굽어보는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일출과 일몰 명소로 유명하다. 실제로 아침 일찍 가서 해 뜨는 광경을 봤는데, 물안개 사이로 떠오르는 해가 정말 환상적이었다. 입장료도 없고 주차도 무료라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다.
영양읍내에는 '영양 서석지'라는 연못 정원이 있다. 조선시대 선비가 만든 인공 연못인데, 주변 경관이 아름답고 산책하기 좋다. 봄에는 벚꽃이, 여름에는 연꽃이 피어서 사진 찍기도 좋다. 입구에 작은 카페도 있어서 차 한잔하며 쉬어가기에 적당하다. 영양에서 조금 더 가면 안동도 있다. 안동 하회마을, 병산서원 같은 유명 관광지가 모두 1시간 이내 거리라 함께 둘러보는 것도 좋은 코스다.
영양은 고춧가루로 유명한 지역이라 음식 맛이 일품이다. 특히 '영양 고추잡채'는 꼭 먹어봐야 할 향토 음식이다. 영양읍내 '할매손칼국수집'이 유명한데, 칼국수도 맛있지만 고추잡채를 꼭 주문해서 먹어보기를 추천한다. 고추와 각종 채소를 넣고 매콤하게 볶은 요리인데, 밥도둑이 따로 없다. 가격도 저렴해서 1인분에 8천 원 정도다.
또 하나 추천하는 맛집은 '영양 토종닭 전문점'이다. 이름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영양읍 시장 근처에 있는 닭백숙집이었다. 토종닭으로 푹 고아낸 백숙이 진하고 담백했다. 특히 함께 나오는 닭죽이 일품이었다. 가격은 중형 한 마리에 5만 원 정도로 저렴하지는 않지만, 2-3명이 배불리 먹기에 충분하다. 주실마을에서 숙박할 경우 저녁 식사를 해결할 곳이 마땅치 않으니, 영양읍에서 미리 식사를 하거나 도시락을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주실마을 여행은 최소 1박 2일을 추천한다. 첫날은 오후쯤 도착해서 마을을 둘러보고 한옥에서 1박을 하고, 둘째 날은 아침 산책 후 주변 관광지를 돌아보는 코스가 적당하다. 여유가 있다면 2박 3일로 안동까지 연계하면 더욱 알찬 여행이 된다. 빠르게 돌아보는 관광지와 달리 주실마을은 느리게, 천천히 즐기는 곳이다. 책 한 권 가져가서 마루에 앉아 읽거나, 그냥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이 된다.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진정한 휴식을 원한다면 주실마을을 꼭 방문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