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가을, 친구의 추천으로 처음 주왕산을 찾았다. 그전까지는 설악산이나 내장산 같은 유명한 단풍 명소만 다녔는데, 주왕산의 풍경은 완전히 다른 매력이었다. 기암괴석 사이로 흐르는 계곡과 붉게 물든 단풍이 어우러진 모습은 한 폭의 동양화 같았다. 그 이후로 매년 가을이면 주왕산을 찾고 있다. 올해로 네 번째 방문인데, 갈 때마다 새로운 코스를 탐방하며 다른 매력을 발견한다. 이 글에서는 주왕산 단풍의 최적 시기와 실제 걸어본 탐방 코스, 그리고 방문 시 알아두면 유용한 정보들을 공유한다.
주왕산 단풍 절정 시기와 관람 포인트
주왕산의 단풍 절정기는 보통 10월 중순에서 말 사이다. 해발 고도에 따라 단풍이 드는 시기가 다르다. 정상부터 물들기 시작해서 점차 아래로 내려온다. 지난해에는 10월 18일에 방문했는데 절정을 약간 지난 상태였다. 올해는 10월 12일에 갔더니 딱 절정 시기였다. 기상청 단풍 예보를 참고하되, 전년도보다 3일에서 5일 정도 앞당겨 계획하는 게 안전하다. 최근 기후변화로 단풍 시기가 점점 빨라지는 추세다.
주왕산 탐방지원센터에서 대전사까지 이어지는 길이 가장 아름답다. 이 구간은 약 2킬로미터로 평탄해서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양옆으로 단풍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발밑에는 낙엽이 쌓여 걸을 때마다 바스락 소리가 난다. 작년에 이 길을 걸으며 찍은 사진이 아직도 휴대폰 배경화면이다. 대전사 입구의 거대한 은행나무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11월 초까지도 노란 은행잎이 환상적인 풍경을 만든다. 절 마당 가득 쌓인 노란 낙엽 위에서 사진을 찍으면 인생샷이 나온다.
주왕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기암 절벽과 단풍의 조화를 볼 수 있다. 특히 1폭포와 2폭포 주변이 압권이다. 폭포 뒤편의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그 사이로 단풍이 물든 나무들이 자리 잡고 있다. 물소리와 함께 단풍을 감상하는 경험은 주왕산만의 특별함이다. 아침 일찍 가면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지난달 오전 7시에 도착했더니 계곡에 안개가 자욱했다. 해가 떠오르면서 안개가 걷히고 단풍이 드러나는 순간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주말에는 사람이 매우 많다. 단풍 절정기 주말에는 주차장에 들어가는 것만 1시간 이상 걸린다. 가능하면 평일에 방문하는 게 좋다. 평일 오전에 가면 여유롭게 단풍을 감상할 수 있다. 주말 방문이 불가피하다면 오전 6시 전에 도착하는 걸 추천한다. 일찍 도착해서 아침을 먹고 탐방을 시작하면 사람들이 몰리기 전에 주요 포인트를 돌아볼 수 있다. 오후 3시 이후에 방문하는 것도 방법이다. 대부분의 관광객이 하산하는 시간이라 비교적 한적하다.
난이도별 추천 탐방 코스
주왕산은 다양한 난이도의 코스가 있어서 체력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가장 쉬운 코스는 주왕계곡 코스다. 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 대전사를 거쳐 3폭포까지 왕복하는 코스로 총 8.4킬로미터다. 평탄한 길이라 3시간이면 충분하다. 부모님을 모시고 방문했을 때 이 코스를 선택했는데, 70대이신 부모님도 무리 없이 완주하셨다. 중간중간 쉼터와 화장실이 있어서 편하다.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계곡길이라 더위도 덜하다.
주왕산 정상까지 오르는 코스는 중급 이상의 체력이 필요하다. 3폭포에서 주왕산 정상까지는 가파른 구간이 많다. 정상까지는 편도 약 4.5킬로미터로 왕복 6시간 정도 소요된다. 작년 가을에 도전했는데, 생각보다 힘들었다. 특히 정상 직전 1킬로미터 구간은 경사가 급해서 여러 번 쉬어가며 올랐다. 하지만 정상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사방으로 펼쳐진 단풍 산들과 기암 절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날씨가 좋으면 동해까지 보인다고 한다.
급수계곡 코스는 한적한 단풍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주왕계곡만큼 유명하지 않아서 사람이 적다. 급수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 급수폭포까지 왕복 4킬로미터로 2시간이면 충분하다. 올해 평일에 이 코스를 걸었는데, 거의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 조용히 단풍을 즐기기에 완벽했다. 코스 중간에 있는 용추폭포도 볼 만하다. 작은 폭포지만 주변 단풍과 어우러진 모습이 아름답다.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가 많아서 카메라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좋다.
하루에 여러 코스를 소화하기는 어렵다. 하나의 코스를 선택해서 여유롭게 즐기는 게 좋다. 욕심내서 두 코스를 한꺼번에 하려다가 후반부에 지쳐서 제대로 감상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 체력에 자신 없다면 주왕계곡 코스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코스만으로도 주왕산의 핵심 풍경을 다 볼 수 있다. 등산화는 필수다. 계곡길은 평탄하지만 돌이 많아서 운동화보다는 등산화가 안전하다. 지난해 운동화를 신고 갔다가 발목을 삐끗한 적이 있다. 등산 스틱도 준비하면 하산할 때 무릎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주차 및 편의시설 이용 팁
주왕산 국립공원 입구에 대형 주차장이 있다. 주차 요금은 승용차 기준 4,000원이다. 단풍 절정기에는 주차 공간이 부족해서 임시 주차장을 운영한다. 오전 8시 이후에는 주차장이 만차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 주말에 오전 9시에 도착했더니 임시 주차장까지 모두 차서 30분을 기다렸다. 평일에는 오전 10시까지도 주차가 가능하지만, 주말에는 7시 전 도착을 권장한다. 주차장에서 탐방지원센터까지는 도보로 5분 거리다.
탐방지원센터에는 깨끗한 화장실과 식수대가 있다. 간단한 음료와 간식을 파는 매점도 있다. 가격은 일반 편의점보다 조금 비싸지만, 산행 중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기에는 편리하다. 대전사 앞에도 작은 매점이 있어서 음료수를 살 수 있다. 계곡 코스에는 곳곳에 쉼터가 있다. 벤치와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어서 김밥이나 도시락을 먹기 좋다. 지난번에 김밥을 싸가서 2폭포 앞 쉼터에서 먹었는데, 폭포 소리를 들으며 먹는 점심이 특별했다.
화장실은 탐방지원센터, 대전사, 3폭포 근처에 있다. 모두 수세식으로 깨끗한 편이다. 특히 대전사 화장실은 최근에 리모델링해서 쾌적하다. 하지만 주말에는 대기 줄이 길다. 산행 전에 탐방지원센터에서 미리 다녀오는 게 좋다. 음수대는 여러 곳에 있지만, 개인 물병을 챙기는 게 안전하다. 특히 정상 코스를 선택한다면 최소 1.5리터 이상의 물을 준비해야 한다. 산행 중 물을 보충할 곳이 제한적이다.
주왕산 입구에는 식당과 카페가 많다. 산행 후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다양하다. 청송 특산물인 사과를 활용한 메뉴가 많다. 사과 막걸리와 사과 돈가스가 유명하다. 개인적으로는 주왕산 입구의 한 한정식집을 자주 간다. 산채비빔밥이 맛있고 반찬도 푸짐하다. 1인분에 12,000원 정도로 가격도 합리적이다. 예약 없이 가면 기다려야 하니 점심시간을 피하거나 예약하는 게 좋다. 주차장 근처에는 편의점도 있어서 간단한 간식이나 음료를 살 수 있다.
숙박 및 주변 관광지 정보
주왕산 인근에는 펜션과 민박집이 많다. 단풍 시즌에는 예약이 필수다. 1주일 전에는 대부분 만실이다. 지난해에는 2주 전에 예약했는데도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올해는 한 달 전에 예약해서 원하는 펜션을 잡을 수 있었다. 주왕산 입구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펜션을 이용했는데, 조용하고 깨끗했다. 4인실 기준 15만원 정도로 가격도 적당했다. 아침 일찍 출발하기 좋아서 만족스러웠다.
청송 읍내에도 숙박 시설이 있다. 주왕산에서 차로 20분 거리다. 읍내는 식당과 편의점이 많아서 편리하다. 모텔이나 비즈니스 호텔을 이용하면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1박에 6만원에서 8만원 선이다. 단, 아침 일찍 주왕산으로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주왕산 근처에 묵으면서 여유롭게 탐방하는 걸 선호한다. 펜션에서 바로 출발하면 아침 7시에 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할 수 있다.
주왕산 외에 청송의 다른 관광지도 둘러볼 만하다. 주산지는 주왕산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다. 저수지에 서있는 왕버들 나무들이 유명하다. 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를 때 가면 환상적인 풍경을 볼 수 있다. 작년에 주산지 일출을 보러 갔는데, 물에 비친 나무들과 안개가 어우러진 모습이 신비로웠다. 사진 찍기 좋은 명소다. 주산지 관람 시간은 30분이면 충분하니, 주왕산 탐방 전이나 후에 들르기 좋다.
청송 사과 축제가 10월 말에 열린다. 주왕산 단풍과 시기가 겹쳐서 함께 즐길 수 있다. 축제장에서 싱싱한 사과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작년에 축제에서 산 사과 한 박스를 집으로 택배 보냈는데, 주변 사람들이 달고 맛있다고 칭찬했다. 청송 온천도 가까이 있다. 산행 후 온천에서 피로를 풀면 좋다. 1일 입장권이 1만원 내외다. 온천수 온도가 높아서 근육통 해소에 효과적이다. 주왕산 2일 코스를 계획한다면 첫날 등산, 둘째 날 주변 관광과 온천으로 일정을 짜면 완벽하다.